이명박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

민주당을 이끌고 갈 새 당 대표에 손학규 후보가 확정되었는데 그동안 대표 자리를 놓고 이른바 '빅3간'에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는데 차기 대권도전의 전초전 성격까지 더해져 결과에 큰관심이 모아졌었다.

손 후보는 3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서 정동영, 정세균 후보를 누르고 대표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손학규 민주당 새 대표의 첫 일성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손 대표는 3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 경선에서 승리한 후 수락연설을 통해 "우리는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에 선전포고를 했다"며 "이명박 정권을 교체하는 호랑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손학규는 민주당을 이길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잃어버린 600만표를 되찾아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국민 열망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내야 한다"는 등 2012년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의지를 나타냈다.

정동영, 정세균후보 외에 이인영 천정배 박주선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당선됐고 조배숙 후보는 최재성 후보에 져 최하위에 그쳤으나 여성 배려 조항에 따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진출했다.

지역위원장 등 상층 조직에선 대표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정세균 후보가 앞섰고 하층조직과 응집력 면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바닥 표심과 인지도 면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세사람간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초박빙의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 한 것은 2012년 대권 도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무엇보다 당 대표가 될 경우 당직 인사권 행사 등을 통해 우호적인 인사들을 배치할 수 있고 덧붙여 당 조직 활용 면에서도 운신의 폭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또 2012년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어 책임론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어 갈 수 있고 지명도 측면에서도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언론 노출 빈도가 높아지게 되어 대권 도전에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조건이 마련 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각 후보 캠프에서는 당 대표가 되면 대권 후보 선호도가 최대 10%p 가까이 치솟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갖고 있었으며 거꾸로 당 대표 자리에 오르지 못할 경우엔 1차적으로 당심의 냉엄한 평가를 받은것으로 해석돼 이미지에 큰 내상을 입고 상당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 대표 출마 이전부터 너무 성급하게 정치생명을 건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당원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큰 변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진성당원의 경우 대의원 투표와 비슷한 결과가 예상되는데 일반 당원의 경우엔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할 수 밖에 없어서 빅3중엔 손학규, 정동영 후보가 상대적으로 표를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 했었다.

대의원 투표의 경우 1인 2표제의 특성상 2순위 표가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 변수였는데 특히 빅3간에 교차투표보다는 배제 투표 경향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세 후보는 경쟁 후보를 찍어서는 안된다는 불가론을 확산시키면서 연대 대상에게 표 몰아주기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순위 표를 받기 위해 빅3와 나머지 후보들간 합종 연횡이 분주했는데 정동영-천정배, 정세균-최재성 후보가 강력한 연대전선을 구축했고, 손학규-박주선 후보간에는 느슨한 연대가 이뤄졌었고 반면 계파색이 옅은 이인영 후보는 특정 후보와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빅3 모두에게 골고루 지지를 받는 전략을 썼는데 표심 확장에 어떤 방식이 도움이 됐는지 상당히 궁금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전당대회가 끝나고 남은 것은 경선 기간중 흩으러진 당심을 어떻게 통합할 것이고 상호간 반목으로 얼룩진 계파간 갈등을 어떻게 추스릴 것인가가 앞으로의 민주당에 주어진 당면 과제로서 손학규대표의 모두를 아우르는 협력과 상생의 정치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