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변화혁신 토론회'의 결론.."야당 혁신하고 열린 정당 구성해야"

쉬우면서도 어려운 시험이 있다. 이 시험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매번 같은 문제가 출제되고 정답은 이미 주어져 있다. 정답까지 주어져 있으니 쉽고도 쉬운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그러나 여러 사람이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도전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최소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사들이 호기롭게 도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사자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셋째, 그런데 이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조직도 유지할 수 없고 사회도 바꿀 수 없다. 구조적으로 불안한 현대사회에서 시민이나 국민들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다. 개인, 조직, 사회, 국가, 세계로 이어지는 그물망 속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문제이다.

이 정도면 무슨 시험인지 아실 것이다. 시험의 제목은 ‘야권의 혁신’이다. 지리멸렬하지만 희망은 야권에 있기 때문에 야권의 혁신과 변화는 여전히 요구된다. 최근에 이러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 계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대표 선출이다. 문재인 대표체제는 한국 사회의 미래 권력으로서 정당과 사회, 국가를 통합하고 한국 사회의 미래를 제시해야 할 책무를 지게 되었다.

쉬우면서 어려운 문제, ‘한국의 야권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의 불안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은 급격하게 해체되고 있다. 처음부터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특정 계급과 계층에 유리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한국 사회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런데 그 리더십마저 실종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한국 사회가 더욱 불안해 지고 있다.

가깝게는 대형 안전사고의 발생으로부터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세월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100대 이상의 차량이 충돌하는 대형사고도 발생했다. ‘오늘도 안전히’라는 말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는 없었다.

크게는 인생 자체가 불안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도 어려운데 맡긴 어린이집에서도 폭력이 난무한다. 불안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도 없다. 학교에 입학하면 미래의 불안 때문에 입시지옥에 시달린다. 대학생이 되면 취업불안 때문에 취업전쟁에 시달린다.

취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은 언제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 불안에 떨고 정규직도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에 떤다. 자영업자는 언제 망할지 몰라 불안에 떤다.

강제로 은퇴를 하게 되면 할 일도 없고 노후자금도 없다. 인생 전부가 불안하다. 이 과정에서 사회와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대형사고에다 인생 내내 불안한 국민들..국가와 朴 정부는 무엇하나?

지금 정부는 우리의 복지시스템이 과잉 복지라고 하면서 이를 축소하려고 한다. 복지를 넉넉하게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 과잉이라고 한다. 논리 모순이다. 이것 때문에 정부의 리더십이 실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정부가 불안 심리를 통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잘못된 정책으로 불안 심리를 확대시키고 있다.

야권 혁신 논의는 한국 사회의 리더십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야권의 변화를 통하여 정권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정권을 바꾸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가의 방향, 국가의 리더십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좋은 정당이 되어야 하고 좋은 정책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야권 혁신 논의는 언제 들어도 반가운 이야기이다. 여당 입장에서도 강한 경쟁상대가 생긴다는 것이 아마 반가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 리더십 실종..야권혁신으로 국가 리더십 교체해야

지난 2월 12일 <야권 변화 혁신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는 국민의 명령과 참여네트워크, 주관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었다. 나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으로 토론회의 사회를 보았다.

발제와 토론 모두 일류급이었다. 발제자, 토론자 모두 정치의 현장에서 직접 야권의 혁신과 변화를 위하여 노력했던 인사들이었다.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발언과 제안은 책에서 읽는 것과는 달리 박력이 넘쳤다. 토론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장을 지낸 정해구 교수는 야권의 혁신을 위하여 첫째, 계파 갈등의 해소와 국민 신뢰 리더십의 구축, 둘째, 당 지지기반의 강화, 셋째, 대안적 정책정당의 구축, 넷째, 당의 현대화 등을 제안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중요한 지적들이다.

여기에서 특히 강조해야 할 점은 리더십이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리더십이 형성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야 공통의 문제이다. 여기의 리더십은 통합과 전망을 의미한다. 즉 정당, 사회, 국가를 통합하면서 미래의 방향도 제시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정책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좋은 정책이 있어야 정당, 사회, 국가를 이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리더십은 조직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좋은 조직이 있어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 사회와 국가를 통합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조직과 정책의 혁신을 주문한 정해구 교수의 발제는 결국 리더십으로 귀결된다고 할 것이다.

야당 혁신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해야 리더십?정권 교체 가능할 것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로부터 나왔다. 이날 문성근 대표는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을 제안했다. 그의 구상은 정당과 시민사회의 협력적 긴장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이 캠페인, 정책, 뉴미디어, 지역 커뮤니티 등 4개의 기능을 하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민주진보정당들의 연대, 연합, 통합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성근 대표의 제안은 흥미롭다. 기존의 정당형식으로는 다양한 시민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의 정당형식은 19세기에 형성된 것이다. 정당원과 비정당원을 구분하고 정치, 정책의 주도권을 정당이 갖는 형식의 정당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당 구조는 보수당이나 진보당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최근 정당의 구성원리는 변화하고 있다. 높아진 교육수준과 정보혁명이 주요한 원인이다. 정당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접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당원만이 정치와 사회의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 점을 문성근 대표는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새로운 정당형태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이런 결론에 이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정해구 교수와 문성근 대표의 제안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야당은 야당대로 혁신하면서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열린 정당을 구성해야 한다. 이럴 때에만 노항래 참여네트워크 대표의 지적대로 야권은 의회권력교체,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에 열린 토론회는 매우 흥미로웠음에도 시간 관계로 아쉽게 일찍 마쳤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토론회는 야권 혁신 연속 토론회의 1회라고 한다. 앞으로 계속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의 토론회도 기대된다. 이어지는 연구와 토론, 논쟁을 통해 야권 혁신의 방향이 제대로 잡혀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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