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
[전국뉴스]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그동안 TPP 12개 회원국들 사이에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으나 미국의 리더십 하에 경제규모 세계 최대의 다국가간 FTA가 탄생하게 됐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각각 세계 1위 및 4위 무역대국이자 상호 무역 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지 못했으나 드디어 TPP라는 장을 통해 전면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의미가 있다.

TPP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 있어 주목할 만하다. 첫째, TPP는 실질적인 경제통합 수준에 비해 제도적 통합 수준이 낮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탄생하는 최초의 경제협력체라는 점이다.

현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협력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향후 회원국이 확대되고 경제통합의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TPP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제도적 통합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TPP는 환태평양 지역의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이 마침내 시장을 개방한다는 의미가 크다. 특히 일본은 TPP라는 외부적 충격을 통해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개혁의 화살을 쏘아 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TPP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도 TPP에 관심이 증폭되면서 논의의 초점이 한국이 가입하지 못 한 이유와 이에 대한 책임 소지를 따지는데 맞추어졌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TPP 협상 과정 자체에는 관심이 크지 않았는데 타결되자마자 우리나라가 참여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당연시되고 있다. 일단 12개국이 합의한 협상 내용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참여했어야 했다는 평가 자체가 너무 성급하며 설령 우리에게 매우 유리한 협정이라고 하더라도 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실기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협상이 타결된 이후 잔여 쟁점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협정문 전체에 대한 법률 검토를 끝내야만 협정문이 공개된다. TPP 협정문도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친 후 적어도 한두 달 이후에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합의 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는 금년 말부터나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앞으로 협정문이 공개된 이후 한국의 가입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할지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12개국과의 시장개방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아야 하는데, 이미 양자 FTA가 발효 중인 10개국과는 추가적인 개방을, 일본과 멕시코는 새롭게 시장을 개방하는 효과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제조업 강국인 일본에 대한 상품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우리가 민감한 산업 분야에서 TPP 11개국이 일본에 대해 어떤 정도로 개방을 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요 농축수산물 수출국이기 때문에 일본의 농축수산물 개방 품목과 자유화 수준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한편, TPP 회원국 중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우리와의 양자 FTA 이외에 추가로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상품 분야 이외의 원산지, 서비스, 투자, 환경 및 노동 등 무역규범의 경우에는 상품분야와 달리 TPP에 추가로 가입하는 입장에서 이미 정해진 규범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는 이미 미국, EU 등 선진국과 수준 높은 FTA를 체결하였기 때문에 TPP에서 우리가 발효한 기존 FTA 수준 이상의 내용이 무엇이며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TPP 협정이 내년 상반기에 정식 서명된다고 하더라도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 회원국의 비준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TPP가 발효되는 시기는 빨라야 2017년 초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TPP의 발효 후 우리나라 산업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협정 내용을 분석한 이후에야 가늠할 수 있다. TPP 타결 선언만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과민반응도 소모적인 책임 공방도 향후 TPP 가입 결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 좀 더 신중하고 차분한 검토와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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