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New Normal)’ 논의가 급부상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에 나타날 ‘뉴노멀’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위기 이전의 규제완화 및 금융과 실물경제의 빠른 성장세가 자산가격의 버블과 붕괴를 초래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선진국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어 ‘올드노멀’의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뉴노멀’로의 변화 방향은 첫째, 과잉소비와 위험투자에 의존한 고성장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에 따른 과잉과 탐욕 해소이다. 둘째, 신흥국 부상에 따른 세계경제지형 변화가 초래할 미국 중심 일극체제의 약화와 국제통화질서의 변화 등 주도세력의 변화이다. 셋째, 시장의 자율적 조정능력에 대한 신뢰 약화와 민간부문의 성장동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귀환이다.

‘뉴노멀’ 시대의 도래는 ‘올드노멀’의 틀에 근거한 과거의 사고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됨을 의미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뉴노멀’로의 변화가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노멀’로의 전환에 따른 위협과 기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수출과 내수, 금융과 실물이 균형을 이루는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국제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에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여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등 한국경제 선진화를 위한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Ⅰ. ‘올드노멀’에서 ‘뉴노멀’로

‘뉴노멀(New Normal)’ 논의가 급부상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구조변화로 인해 등장할 ‘뉴노멀’에 대한 논의가 확산. ‘뉴노멀’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위기 이후 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으로 정의. 위기 이전과 대비되는 현상은 물론 위기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변화가 심화되거나 본격화되는 경우까지 포함. 과거에도 경제위기나 규제환경의 변화, 기술의 발달 등이 ‘노멀’의 변화를 초래. 대공황 이후 정부역할 증대,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와 IT 기술의발달이 초래한 금융혁신 등이 대표적인 ‘노멀’ 변화 사례. 2010년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뉴노멀’을 주제로 한 회의가 진행되는 등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뉴노멀’에 대한 관심이 고조

위기 이후 나타날 ‘뉴노멀’의 양상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 PIMCO(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의 CEO 엘 에리언은 저성장, 규제강화, 소비위축, 미국 비중 축소 등을 위기 이후의 ‘뉴노멀’로 지목. 반면, 서머스 美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미국의 성장잠재력이 침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저성장 전망을 반박

위기 이전의 세계경제: ‘올드노멀(Old Normal)’

위기 이전에는 시장신뢰를 바탕으로 규제가 완화되고 금융과 실물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 과정에서 불안요인도 점증. 규제완화와 정보통신기술 발달, 증권화 및 파생상품시장 확대 등 금융혁신으로 영미식 투자형 금융산업이 고성장하며 위험투자가 증가. 가계 및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를 이용한 고위험 투자 확대는 경제성장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수요 증가가 교역을 증가시켰으나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

신흥국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화의 단일 기축통화체제와 선진국중심의 국제협력체제가 세계경제를 지배. 달러화 단일 기축통화체제는 글로벌 불균형과 달러화 리사이클링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과잉소비와 금융시장 성장 및 글로벌 금융지배를 초래. 신흥국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현안은 미국, EU 선진국등으로 이루어진 G7에서 논의

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뉴노멀’이 등장

과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질서 모색, 위기의 후유증 등에 따라 글로벌경제위기가 진정된 이후의 세계경제는 ‘뉴노멀’로 진입

- 과잉과 탐욕의 해소: 위험투자와 자원의존형 과잉소비에 의존한 고성장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에 따라 소비와 투자행태가 변화. 금융규제 강화로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이 강화되며 지속가능한低탄소 경제를 추구하면서 세계경제는 低성장 국면으로 전환

- 주도세력의 변화: 신흥국 부상에 따른 세계경제지형의 변화로 미국중심의 일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 신흥국이 국제질서에 적극 참여하는 G20 및 G2(미국-중국) 체제가 부상하고, 국제통화 질서의 변화와 함께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는 한편, 거대 신흥국의 빠른 성장으로 자원경쟁이 격화

- 정부의 귀환: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확대. 민간부문 위축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의 경제적 역할이 확대되고, 환경변화에 따른 성장모델 변화를 정부가 주도

‘뉴노멀’ 형성에 따른 위협과 기회 요인을 파악하여 대처할 필요.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는 개방을 통한 성장을 지향해온 한국경제에 중요한 외생변수로서 능동적 대응이 긴요. 저성장과 자원경쟁 등 위협요인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과 함께 변화로부터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수립도 과제로 부상

Ⅱ. 세계경제의 ‘뉴노멀’

1. 低성장 시대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低성장 국면으로 전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환경이 변화하면서 향후 세계경제는 低성장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 2001년 IT 버블 붕괴 이후 세계경제는 과잉 유동성과 금융규제 완화등에 힘입은 자산가격 상승 및 투자확대로 高성장을 지속. 그러나 자산가격 버블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불황을 경험. 위기 이전 및 위기 기간 중에 발생한 과잉해소와 위기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 등으로 세계경제는 低성장 국면으로 전환

소비 및 투자수요의 부진이 低성장의 주요인

고용악화에 따른 소득정체와 위험회피 성향 확대로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 및 투자 부진이 지속. 부채를 늘리면서 소비를 확대해왔던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부채를 상환함에 따라 디레버리징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 2005년 1.4%까지 하락했던 미국의 저축률이 2009년 4.9%로 상승. 주택가격 정체 및 고용환경 악화 지속도 가계의 소비여력을 제한. 미국의 실업률은 2012년까지 6%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 위기 이후의 수요둔화로 과잉설비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신규설비투자가 정체될 전망. 위기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설비가동률이 10∼30%p 하락한 상태이며, 향후 소비수요 증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어 과잉설비해소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

위기 진정 이후 주요국의 재정정책이 긴축기조로 전환하면서 민간의 소비 및 투자를 위축시켜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압박.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선진국의 재정이 크게 악화되어 향후 재정건전화를 위해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

·선진국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1.2%(2007년)→ 8.9%(2009년)
·G7 국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84.1%(2007년)→ 103.1%(2009년)

그리스 등 PIGS 국가처럼 재정불안(Sovereign Risk)으로 금리가 상승하거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재정부담은 더욱 악화

글로벌 불균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세계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2008년 이후 미국과 중국 간의 교역불균형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둘러싼 美中갈등이 고조. 美상원은 2010년 3월 16일 위안화 절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계관세 부과 등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 폐막 후 위안화는 저평가 되어 있지 않으며 위안화 절상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통상갈등이 추가적인 교역위축요인으로 작용하면 세계경제의 低성장 기조가 심화. 미국의 對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대미 무역흑자를 누리는 아시아 신흥국에 통상압력 강화 등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우려. 위기 이후 교역 증가율은 위기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칠 전망. 연평균 세계교역 증가율: 15.8%(2002∼2008년)→ 8.5%(2010∼2020년)

2. 新금융규제와 디레버리징

금융 규제 및 감독 강화

금융규제 및 감독이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여 금융위기가 발생. 위험투자에 따른 대규모 손실위험을 제어하지 못해 금융기관 건전성관리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에 실패.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과신하여 규제와 감독에 소홀

자기자본규제와 감독을 강화하여 금융기관의 미시적 건전성과 금융시스템의 거시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상향조정하고(8%→ 12%), 보통주 등 손실흡수능력이 높은 핵심 기본자본에 대한 규제를 신규 도입할 계획. 업종에 관계없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여 타 일반 금융기관과는 차별화된 감독기준을 적용. 대형 금융기관의 규제 자기자본비율은 6∼9%p까지 상승할 가능성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조치도 논의. 단기매매차익 목적의 트레이딩 계정 및 재유동화 증권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상향조정하여 위험투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 미국은 상업은행의 투자업무를 규제하는 ‘볼커룰’을 제안

주요국의 이견과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시행 시기와 강도 등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규제강화는 불가피한 상황. 미국이 주창한 ‘볼커룰’에 대해 월街등 금융계와 EU 재무장관 등은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어 미국 정부안의 관철 여부는 불확실. EU 재무장관들은 ‘볼커룰’이 전통적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영을 허용해 온 유럽의 유니버설뱅킹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 경기회복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신용공급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자기자본규제 강화방안 등을 조속히 시행하기 어려움. 하지만 현 금융규제 및 감독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고하여 자기자본비율 등의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

금융의 펀더멘털이 부각

금융규제 강화와 자산건전성 악화 등으로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과 위험투자 축소가 불가피. 강화될 자기자본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 또는 자산규모조정이 필요. 주택 및 상업용 모기지의 부실과 고용악화에 따른 소비자신용건전성 악화 등 자산부실화도 금융기관의 자산확대를 제약. 특히 금융기관은 자기자본투자나 유동화 증권 등에 대한 위험투자를 축소. 위험가중치가 상향조정되면 자기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투자를 우선적으로 감축

금융부문의 성장세는 위축되고 금융과 실물의 관계도 재정립될 전망. 1995∼2007년 중 미국의 금융자산 증가율은 GDP 증가율을 연평균4%p 상회했으나, 이러한 초과성장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실정. 은행의 자산증가세가 둔화되고 실물에 대한 투기적 금융투자보다는 금융과 실물의 장기적인 보완관계가 강화. 금융과잉의 시대에서 금융의 펀더멘털이 강조되는 시대로 전환

3. 低탄소경제와 녹색생활化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

기존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이 한계를 보이면서 지속가능 발전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강화. 교토체제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된 선진국은 양적 성장이 제약받는 상황에 직면.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의 부속서(Annex) I에 의해 EU, 미국, 일본, 호주 등 38개국이 1차 이행기간(2008∼2012년) 중 의무감축국. 교토의정서 1차 이행기간이 종료되는 2012년 이후의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늘어나고 배출량 규제도 강화될 전망. 2009년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선진국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 중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감축의무 부담을 강력히 요구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국제 공조와 자국의 환경보전을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 초기에는 환경 관련 기술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 등 개발도상국도 이에 동참. REACH(신화학물질관리제도)16),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등을 통해親환경 생산공정 및 제품, 신기술 및 대체물질 개발, 재활용 촉진등을 국내외 기업에 요구. 환경규제 강화가 사실상 새로운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게 되어 기업의 新기술 개발 유인이 증가

환경친화적 소비행태가 정착

親환경 의식이 정립·생활화된 소비자들은 환경 분야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수행을 요구. 低탄소화를 위한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이용이 활성화되고, 재활용 및 親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증가. 대량소비, 과소비에서 ‘절제된 소비’, ‘善한 소비’로 변화. 제품이나 기업의 환경 정보 및 성과에 더욱 민감해지고, 구매결정 시이를 적극 반영. 소비자들은 환경마크제도, 탄소·환경성적표지제도, 그린스토어인증제 등을 적극 활용

환경규제와 소비자 의식변화에 따라 기업도 녹색경영을 중시하고, 환경 및 低탄소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강화

4. 다극체제로 세계질서 변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약화되고 G2 양극체제와 G20 다극체제의 병존

위기 이전 글로벌 거버넌스19)는 미국이 중심이 되고 G7(서방 선진 7개국)이 동조하는 일극체제. 1990년대 초반의 냉전 종식 이후부터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까지 미국은 유일한 슈퍼파워로 세계화와 금융시장 통합 등 국제 이슈를 선도. 국가 간 쌍무·다자 협상을 주도하고 국제기구에서 리더십을 발휘. G7은 미국이 제기한 정책의제를 논의하고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최고위 포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 또한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이해가 반영되는 형태로 운영

향후 세계질서는 양극체제와 다극체제가 병존하는 과도기를 거쳐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음. 2009년 7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美中전략 및 경제대화(Strategicand Economic Dialogue)’는 양극체제 가능성을 대외에 공표하는 계기.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양국 간 차관급 고위대화와 전략경제대화를 頂上급 대화로 격상한 것으로 경제회복 방안을 포함해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 핵무기 확산방지 등 국제이슈를 망라. 과도기적으로는 G2021)가 최고위급 협의기구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양극체제와 다극체제가 병존. 경제·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이 아직 미국에 필적하기 어렵고, 중국 스스로도 양극의 한 축으로 지목되는 것이 부담

미국 중심 일극체제를 지탱해주었던 국제기구의 지배구조도 재편 중. 2009년 4월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IMF와 세계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최근의 국가별 경제능력을 고려해 2011년까지 재배분하기로 결정.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국 지분이 확대될 예정. 2009년부터 국제금융시장 규제표준 제정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에 BRICs 4개국과 한국 등이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국제관계

미국 주도 일극체제가 쇠퇴하면서 선진국 내부, 선진국과 신흥국 간 이해갈등이 조정되지 않은 채 표출되고 있는 상황. 서방 선진국 간에도 경제모델의 차이에 따라 정책갈등이 나타남. 미국과 영국은 경기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계속 늘리고 출구전략의 시행을 가급적 미루려는 경향. 실업수당과 누진소득세 등 자동안정화 장치를 보유한 복지국가인 독일, 프랑스는 저금리와 재정적자의 장기적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

일부 신흥국은 미국 중심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대안 모색을 구체화. 2009년 5월 러시아에서 열린 BRICs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수퍼통화’ 구상을 제시했으며, 다른 국가들도 ‘다원화되고 안정적이며 예측가능한 기축통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 2009년 4월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의 미국의 책임과 달러 발행에 대한 국제적 감시를 강조

결국 향후 세계질서는 G2와 G20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함으로써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 G2 간 시각 차가 G20에서 어떻게 표출될지 주목할 필요. 국내소비 중심 성장모델을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바꾸려는 미국은 글로벌 불균형 완화를 위해 중국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미국의 對대만 무기판매 등을 비판하며 중국 고유의 체제 이익을 존중할 것을 촉구. 하지만 미국과 중국,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G20 내에서 협력 필요성이 높은 것도 분명

5.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약화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변화 조짐과 달러의 약세가 예상

향후 국제사회의 다양한 달러의존도 축소 노력이 진행되고, 미국경제의 위상이 약화됨에 따라 달러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 위기 이후 새로운 기축통화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지역통화 도입추진 및 역내 자국통화 사용 노력 등 달러의존도 축소 노력도 진행.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 세계경제에서의 미국 비중 하락 등으로 달러 가치는 향후 더욱 하락할 전망

·2010년 美GDP 대비 적자 비율: 재정수지(10.6%), 경상수지(2.2%)
·2018년 세계 GDP 대비 비중: 미국(17.8%), 중국(18.1%)

하지만 당분간 달러의 대체통화가 부재하고, 대체통화가 부상하더라도 관성(inertia)에 의해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 기축통화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유로, 위안, SDR 등이 유동성, 경제규모, 금융산업 측면에서 단기간 내에 기축통화로 부상하는 데 한계. 과거 파운드 기축통화체제 사례를 보면, 경제규모와 수출에서 영국이 미국에 각각 1872년, 1915년에 추월당하였으나, 파운드기축통화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1944년)까지 지속. 장기적으로는 달러 기축통화체제가 ① SDR의 역할 강화, ② 유로·위안화 부상, ③ 지역통화 도입 등 다극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

달러 위상 약화로 리스크가 증대될 전망

향후 달러 약세로 국제자본의 흐름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음. 국제자본이 지역별로는 중국과 유럽, 상품별로 금과 원자재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 미국을 이탈한 국제자본이 중국 및 유럽으로 유입되어 이들 국가는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세계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 달러를 대신해 금의 위상이 강화되고, 달러결제 비중이 높은 원유등 원자재가격이 상승. 국제자본의 흐름 재편 과정에서 신흥시장 및 원자재시장의 버블이 형성·붕괴되는 등 경제불안 리스크도 상존

거래통화의 다변화, 다양한 지역통화 도입 등 달러 사용 축소에 따른 리스크도 상존. 거래통화가 다변화되면서 환율 등 금융지표의 급등락 현상이 발생하고, 이와 함께 금융 및 무역거래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 2009년 10월 중동산유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이 원유거래대금 결제를 달러 대신 이들 국가 통화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으로 바꾸기 위해 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에 달러가치가 급락. 지역통화 도입 추진에 따른 세계 주요 지역의 블록화 진행으로 역내교역이 활성화되는 반면, 지역보호주의가 등장할 우려

6. 자원확보 경쟁 격화

위기 이후 자원분야에서 신흥국의 영향력이 확대

금융위기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의 자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진국의 자원 수요는 감소했으나 중국 등신흥국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연평균 석유수요 증감율(2007~2009년): OECD -3.8%, 非OECD 2.9%, 非OECD/OECD 석유수요 비율: 0.67(2002∼2006년)→0.81(2007~2009년).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09년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전년 대비 41.6%, 석유소비가 6.1% 증가하는 등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

향후 10년간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자원수요가급증(quantum jump)할 전망.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고성장 지속, 인구증가, 소득증가로 인해자원의 수요는 향후 10년간 급증할 전망. 2020년 BRICs의 석유소비는 2009년 대비 18억배럴이 증가할 전망인데, 이는 한국의 2009년 원유수입량 8.4억배럴의 2배 이상

신흥국 주도로 자원확보 경쟁이 격화

자국의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신흥국들이 자원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글로벌 자원확보 경쟁이 격화. 2조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와 자금력 있는 국영기업을 이용한 중국이 적극적으로 자원확보에 뛰어들어 글로벌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원개발에 210억달러를 투자. 중국, 인도 등은 미개발자원이 많은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적극 공략

자원확보 경쟁이 확대될수록 신흥국이 대부분인 자원부국 영향력이 점증. 신흥국에 많이 매장되어 있는 비철금속, 희소금속 등 산업용 원자재를중심으로 新자원민족주의가 등장. 신흥국의 성장에 따라 수요증가가 지속될 구리,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과 이차전지, LED, 하이브리드차의 모터 등 주요 성장산업에 쓰이는 희소금속에 대한 확보 경쟁이 격화

7. 케인지안의 부활

각국 정부는 위기충격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 위기 이전의 성장동력이었던 가계와 금융 부문은 ‘올드노멀’ 시기의 과잉을 해소해야 하므로 당분간 성장동력이 되기 어려울 전망. 가계는 과다한 부채부담과 고용불안에 따른 소득정체로, 금융기관은 자산건전성 악화 및 규제강화 등으로 소비와 신용 확대가 곤란. 민간부문 위축에 따른 GDP 감소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역할이 필요하다는 ‘케인지안 경제정책’이 부활. 주요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을 확대

향후 각국의 경제성장 모델에서도 정부의 개입이 확대될 전망. 위기 이후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진에 직면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수출확대정책으로 경제운용의 방향을 전환. 오바마 美대통령은 5년 내에 미국 수출을 2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요구하여 미국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지원. 반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큰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내수시장육성을 통해 세계경제의 低성장 기조에 대처하겠다는 계획. 중국은 ‘가전 下鄕’, ‘자동차 下鄕’ 등 다양한 보조금 지급 및 세금감면책을 통한 내수진작정책을 지속할 전망

Ⅲ. 시사점

새로운 사고가 요구되는 ‘뉴노멀’의 시대

‘뉴노멀’의 시대는 과거의 사고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환경. 성장, 소비, 행복 등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경제행위의 변화를 야기하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진로를 좌우. 탐욕보다는 절제로, 고속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화. 경제학도 전통적인 합리성, 효율성보다는 인간의 심리 등 행동적특성을 가미한 분석틀의 유효성을 새롭게 인식. 위기를 통해 버블의 형성과 붕괴 이면에 있는 인간의 비합리적판단 및 행위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

안정과 성장보다 변화와 갈등이 세계경제의 지배적인 양상이 될 전망.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강국의 부상 등 당분간 기존 질서의 변화가 가속화. 각국의 저성장 탈피와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 과정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경쟁이 격화되며 이에 따른 갈등이 표면화

안정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에 주력

‘뉴노멀’의 시대는 한국경제에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부여함을 인식. 低성장, 통상마찰 심화, 자원경쟁 격화 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반면, 신흥경제의 부상, 금융규제 강화, 녹색성장 등은 과거 IT 경제부상처럼 대처하기에 따라서 성장의 기회를 제공

세계경제의 ‘뉴노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한국경제 선진화를 위한 틀을 마련. 수출환경 악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위협요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개선할 필요. 신흥시장 개척 등 수출의 다변화와 외환유동성 관리체계 개선 등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제고- 수출과 내수, 금융과 실물 등의 균형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 세계 경제지형 변화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여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위상을 제고. 금융산업 등 과거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 선진국 내부 및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