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용 국립외교원 교수
[전국뉴스]지난 11월 1일 한일중 정상회담이 3년 반 만에 개최됐다. 이번에 개최된 6차 한일중 정상회담은 역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었던 한일중 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의미와 함께 다양한 협력안을 내오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이번 한일중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역사문제와 관련해 과거를 직시하는 합의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3국이 역사와 정치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으로 치달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정상회담 재개의 과정에서 한국이 보여준 외교적 이니셔티브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외교의 역할과 방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중 비지니스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선 6차 한일중 정상회담을 통해 3국은 정치안보, 경제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정치안보와 관련해서 3국은 한반도 문제와 북핵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도록 촉구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해 3국이 공통의 입장을 가지고 대처할 것을 확인했다.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한중일 FTA 협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단일경제권의 초석을 다지게 되고 RCEP 체결을 통해서는 북미와 유럽에 이은 세계 3대 아태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또한 전자상거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자상거래 협력강화는 상품과 서비스 교역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기도 한 3국이 LNG 수급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요자 연대를 구축해 에너지 수요·공급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밖에도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Business Summit) 개최 합의 등 삼국 간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는 합의안들을 도출했다.

 

3년 반 동안 개최되지 못했던 정상회담에서 다양한 협력안들이 도출된 것은 3국 간 그만큼 경제협력 촉진에 대한 이해와 요구가 컸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사실 한국, 일본, 중국은 정치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상호 협력하는데 강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우선 3국 모두 안보와 관련해서 북핵과 북한의 도발에 따른 동북아 정세불안정을 억제하고 관리하는데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또한 해양으로 확장일로에 있는 중국과 이해조정과 타협을 통해 안보환경을 안정화해야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국은 경제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한중일은 높은 수준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서비스 및 생산 네트워크의 확대를 통해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교역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3국 간 경협의 기회공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의 경협안들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갈등관계에 있는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과 관련해 정상회담 개최 과정과 성과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3일 개최된 중국의 종전 70주년 기념식은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각시키고 전승국이라는 역사적 지분을 내세우면서 갈등관계에 있는 일본을 배척하는 상징성이 있었다.

중국이 역사문제를 동원하면서 동북아 국제관계를 갈등과 배척이라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었다. 이러한 행사에 참석여부를 결정해야하는 기로에서 한국은 적극외교를 선택했다. 즉 중국의 네거티브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히려 한일중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끌어냄으로써 포지티브 게임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에서 한국외교가 지향하는 역할이 돼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향후 한국, 일본, 중국 간 협력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관리돼야 할 장애요인들이 여전히 잠재돼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협력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살려내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제기된 안보 및 경제 협력방안들을 보면 3국은 갈등보다 협력에 많은 이해를 공유하고 있음을 재확인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의 방향성은 역사와 영토문제 등이 갈등요인이 협력의 지속을 정체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여전히 잠재돼 있는 역사와 영토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협력을 통한 이익실현까지 훼손시키지 않도록 제도화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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