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규 기업은행 IB그룹 부행장
[전국뉴스]사업을 하다보면 필히 위기가 찾아온다.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차별화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술이나 노하우만으로 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우수한 기술력이나 특화된 노하우를 발판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시켰다. 기업의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함께 하며, ‘결국 남는 것은 기술 뿐 이구나’라는 확신이 있었다.

필자는 지난 30여년간의 은행생활 중 대부분을 현장에서 기업들과 동고동락한 현장 베테랑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신용도와 담보력은 떨어지나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위해 기존 여신심사 관행을 극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기술금융의 탄생을 누구보다 환영할 수 있었고, 기술금융 저변 확대를 위해 열정을 가지고 뛸 수 있었다.

기술금융이란 담보와 신용평가 위주의 보수적 금융방식에서 벗어나 우수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 평가를 근거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 중심 창업기업과 혁신형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서 사업화 성공시까지 겪게 되는 자금부족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한정된 자금을 기술력과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들에게 집중 지원할 수 있게 해 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추진한 기술금융 정책은 보수적 대출관행 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기술력 위주의 금융지원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은행권의 대출 패러다임을 기업이 보유한 담보와 보증으로부터 기술력에 초점을 맞추도록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술금융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것인데, 기술금융 저변 확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

이미 기업은행 441개 영업점의 일선 지점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금리인하, 대출한도 확대 및 여신 의사결정 활용 등 기술금융의 긍정적인 효과들이 확인되었으며, 응답자의 80%이상이 향후 기술금융 여신관행 정착을 예상하였다.

기업은행은 18개 지역본부에서 매월 기술금융 우수사례를 추천받아, 현재까지 총 169건의 우수사례를 선정·전파하고 지속적으로 기술금융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한 예로 경기도 파주에 소재하고 있는 ㈜삼광기업 지원 사례를 소개해 본다. ㈜삼광기업은 모기업의 폐업으로 실업자가 된 종업원들이 다시 의기투합하여 2014년 7월 설립한 창업기업으로 사무용품 등을 생산하여 국내외로 판매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종업원 13명이 십시일반 출자하여 마련한 운영자금 2억원으로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하였으나, 인지도와 담보 부족으로 인해 금융권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동사의 양호한 기술력과 사업성공을 향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여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 2억원을 신용대출로 지원하였다. 그 결과, ㈜삼광기업은 창업 4개월만에 매출액 12억원을 달성하고 올해 4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절망의 늪에서 꿈과 희망이 있는 행복한 일터로 변화할 수 있었다.

향후 기술금융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먼저, 대출 중심의 현행 기술금융 지원방식에서 더 나아가 대출 및 투자, 컨설팅의 보다 다양한 솔루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행은 이미‘15년 3월 IBK T-Solution이라는 기술금융 브랜드를 런칭하여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대출에서 투자,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하여 운용중에 있다.

또한, 정확하고 신속한 기술평가가 기술금융 성공적 안착의 또 다른 전제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평가모형 구축과 기술평가 인력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 정책당국과 은행, 기술평가기관의 노력으로 짧은 기간에 기술평가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으며, 기업은행도 자체 TCB평가모형 개발, 기술평가 전문인력 충원 등 기술금융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성장·저금리·저물가에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불확실한 시대에서 은행은 수익성 악화의 위기에 기업은 성장동력 부재로 인한 사업 영속성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금융은 기업, 금융기관과 국가 경제가 상생할 수 있는 ‘1석 3조의 금융’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을 성장으로 인도하고 더 나아가 고용창출과 국가경제 발전을 돕는 선순환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전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