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전국뉴스 하장호 기자] 18일 작년 한 해, 청년세대를 주축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가 있다면 단연 ‘헬조선’이다. 마치 지옥에서 사는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렵다는 뜻의 ‘헬조선’과 금수저, 흙수저로 사회 계층을 구분 짓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의 등장은 작금의 청년세대가 얼마나 힘겨운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용어다.
 
이에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대 청년들이 현재 그들 앞에 놓인 일자리와 주거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인식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지난 2015년 12월 4~15일(12일간) 간 전국 20대 남녀 215명을 대상으로 ‘전국20대 취업·주거실태 및 사회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20대는 대한민국 ‘청년’ 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취업난, 스펙 등 ‘취업 관련’(35.5%) 단어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열정, 청춘 등 젊음에 대한 긍정적 단어도 (15.5%)도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고 5위권 내의 응답은 전부 아픔, 불안 등 부정적 감정(11.1%)이나 N포세대, 헬조선 등 사회비판(10.8%)과 같은 힘들고 어려운 이미지를 떠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대 응답자 10명 중 7명(72.5%)은 본인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응답했다. 특히 취업준비생(79.2%)과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낮은 중하층(88.3%), 하층(88.25) 응답자가 더 무겁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없는 취업난은 청년들에게 청춘의 로망을 앗아가고, 부모의 경제력 같이 애초 선택할 수 없는 조건들은 그 어느 시절보다 청년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청년들은 현재 가장 바꾸고 싶은 조건 두 가지로 어학능력, 대학 등 ‘취업을 위한 스펙’(29.5%)과 ‘경제력’(25.1%)을 꼽았다. 청년세대의 고민이 취업과 경제적 형편임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최근 한 달 사이 20대가 가장 자주 느낀 감정은 무기력함(30.9%)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하층이라고 답한 20대는 절반 가까이(48.5%)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응답해서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상층인 20대(25.0%)와 약 2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한 달 사이 무기력, 좌절, 냉소, 분노 등 부정적 감정(59.9%)을 기대감, 기쁨, 자신감 등 긍정적 감정(40.1%)보다 자주 느낀 것을 알 수 있었다.
 
20대 10명 중 7명 이상(73.0%)은 한국이 살기 힘들어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0명 중 2명(23.7%)은 이러한 생각을 매우 자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남자(65.3%)에 비해 여자(79.2%)가,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높은 상층(83.3%)과 중상층(80.6%)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력이 하층(47.1%)인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타고난 부모의 경제력 조건이 낮은 경우,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것처럼 현재 여건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편, 2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55.3%)은 부모세대만큼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취업이 어려워진 점(20.7%)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점(20.7%)을 꼽았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상 기회를 얻기가 더 어려워진 점(18.7%)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어 불공정한 사회 속에서 개인의 노력 만으로 계층 간 이동을 돌파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살펴 볼 수 있다.
 
20대 10명 중 6명 이상(65.1%)은 현재 본인의 스펙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현재 스펙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상층(16.7%)에 비해 하층(76.5%)의 응답 비율이 약 5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취업 과정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한 조건으로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전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20대 청년의 64.6%는 우리 사회의 취업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에 따라 취업 준비 정도가 달라지는 것 만으로도 이미 출발이 불공정한 상황에서, 학력과 성별 등 차별적 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고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20대 10명 중 7명은(66.5%)은 현재 본인의 주거 환경이 안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주거 환경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부모와 동거 중이거나 부모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의 비율이 높은 것(42.1%)으로 살펴 볼 수 있다. 또 애초에 안정적 주거에 대한 기대치가 기성세대의 것과는 달라진 점도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20대에게 안정적인 주거란, 원룸 월세나 기숙사를 포함해 본인 능력으로 유지가 가능한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본인 능력으로 유지 가능하기 때문에(14.9%), 현재 주거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에(10.5%) 본인의 주거 환경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청년세대는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14.7년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4.7년 이라는 시간은 당장 20대의 눈 앞에 놓인 취업과 학자금 대출 상환, 결혼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추상적인 시기로, 현재 20대에게 내 집 마련은 다소 멀게 느껴지는 비현실적 과제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임희수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20대 청년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뜻 깊다”라고 말하며, “요즘 청년들이 어렵다, 아프다라고 많이들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왜 힘들고 어디가 아픈지에 대해서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많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청년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취업과 경제적 형편으로 인한 어려움이지만, 사회경제적 상황이 예전과 다름을 인지하고 나름의 생존방식을 지혜롭게 터득해 나가는 모습도 놓치지 말고 주목해야 할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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