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에 취한 채 장시간 더위에 방치되면 온열질환에 걸리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다사랑중앙병원 제공)

[전국뉴스 = 장석진기자] #지난 주말 김OO씨(70세)는 지인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게 됐다. 평소 술꾼으로 유명한 그는 아직 해가 중천에 뜬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대낮부터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시냐”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장례식장을 나서게 됐지만 이미 그는 만취한 상태였다. 결국 술에 취해 길에 주저앉은 김씨는 무더운 날씨로 인해 탈질과 열사병으로 의식을 잃게 됐다. 다행히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119에 구조된 그는 응급조치를 받고 위급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를 지나며 살인적인 폭염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8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김씨처럼 술에 취한 채 장시간 더위에 방치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 발생 분석 자료를 보면 8월 초·중순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며 “폭염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술에 취해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온열질환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은 장시간 고온에 노출돼 체온이 상승하며 나타나는 일사병(열탈진), 열사병 등의 질환을 의미한다.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는 일사병은 체온이 37~40도로 높아져 땀을 많이 흘리고 어지러움이나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럴 경우 시원한 그늘에서 휴식과 수분을 취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 때 적절한 조취를 취하지 않으면 온열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원장은 "우리 몸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넘게 오르지만 땀이 나지 않고 발열, 구토, 혼수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며 "온열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만큼 이러한 전조증상이 보인다면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술에 취해 자신의 증상을 자각하거나 주변에서 온열질환 증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전 원장은 "온열질환의 증상이 술에 취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한 데다 취해서 의식이 분명하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원장은 "우리 몸의 체온은 땀 배출을 통해 조절되는데 술을 마실 경우 이뇨 작용 때문에 탈수가 더 일어나기 쉽다"며 "술에 취해 덥거나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방치되면 목숨까지 잃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고 경고했다.

실제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일, 충북 청주에서는 술에 취한 채 차에서 잠든 5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용준 원장은 "특히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약자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반드시 음주를 삼가고 외부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실내에서도 온열질환에 걸리는 환자가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전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