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뉴스 = 고병용기자]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의 갈등이 최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집단 휴업’과 ‘폐업’ 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점쳐서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11일 교육부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의원은 지난 6년간 전국 교육청에서 실시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1,878개 유치원을 감사한 결과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며, 세세한 명단까지 공개해서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그야말로 비리 유치원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A 유치원은 원아가 실제로 급식을 실시한 일수만큼 급식비를 징수하지 않고 정확한 산출근거 없이 원아 1인당 급식비를 매당 6만6000원 정액으로 징수했다.

또 다른 서울의 B 유치원은 단순 정기적금으론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데도 설립자 명의로 총 43회에 걸쳐 6천여만 원의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해 적발됐다.

인천에 있는 C 유치원은 2014년∼2016년 한 교육업체와 손을 잡고 실제공급 가격보다 높이 대금을 지급한 후 그 차액을 차명계좌로 돌려받는 방법으로 총 10회에 걸쳐 1천300여만 원을 편취해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외 유치원 교비를 개인 소유의 차량 유류비로 사용하고, 급식 식재료 구입 명목으로 주류 및 의류 등을 구매한 유치원들도 적발되었다.

박 의원은 "비위 적발 사례를 보면 유치원 교비로 원장이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숙박업소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용품을 사기도 했다"고 혀를 찼다.

또 "종교시설에 헌금하고 유치원 연합회에 수천만 원을 회비로 내고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값과 차량 수리비, 자동차세, 아파트 관리비까지 낸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 교육부에 책임을 물었다.

박 의원은 이후 지역별 비리 유치원의 명단과 세세한 내용까지 공개해 사립유치원장 모임인 한유총과의 대립을 예고했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고,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과 경기도 교육청 시민감사관실이 실시한 어린이집·유치원 실태점검에서 적발된 회계 부정 사례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토론회 전 박 의원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유아 학비·급식비 등 지원금의 보조금 변경(처벌 수위 강화) ▲사립유치원의 위법행위, 처분내용, 명칭 등 공표 ▲사립학교법 개정(셀프 징계 대안 마련, 설립자 및 원장 겸직 금지 제도화) 등이 토론회 안건에 오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한유총 회원 300여명이 토론회장을 점거, 회의 진행을 방해해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과 한유총 회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유총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박 의원이 배포한 자료에서 “일부 비리 사례를 들어 전체 사립 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또 다른 한유총 회원은 현장에서 "사립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며 "감사를 하려면 공립 유치원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 화제가 된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육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인 '박용진 3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유치원 폐원, 집단휴업 등 행위 엄단 조치"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이 아이들 보육을 위해 낸 세금이 그 용도가 아닌 사익을 위해 사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재정이 지원되는 모든 보육·교육 시설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등 근본적 시정조치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또 “만에 하나라도 불법적이거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께 약속한 대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교육 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유 부총리는 “2013년부터 누리과정이 전면 도입되면서 매년 사립유치원에 2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그동안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했고 상시적인 감사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 교육당국이 깊게 성찰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집단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지난 5년간 감사받은 사립유치원 중 약 90%가 시정조치 사항을 지적받았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갑작스런 유치원 폐원, 집단휴업 등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엄단 조치할 것”이라며, “유치원 폐원은 유아교육법상 교육청의 인가사항으로 폐원 인가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원할 수 없다. 만약 교육청이 폐원인가를 해야 하는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아이들이 인근 공사립 유치원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초 2022년까지였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조기에 달성하기로 하고,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의 단계적 적용을 통해 2020년에는 사립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했다.

당정은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당정은 기존 정책이 유치원의 양적 확충에 집중됐던 한계를 인정하고 유아교육의 질적 혁신을 통해 모든 유아가 양질의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즉각 추진과제’로 ▲유아의 학습권 보장 ▲국공립 유치원 확대 ▲유치원 관리·감독 강화, ‘제도 개선과제’로 ▲학부모 참여 강화 ▲투명한 회계 운영 ▲사립유치원 교육의 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한유총, 집단행동 나서나?…'집단휴업', '폐업' 카드 만지작

사립유치원장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최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토론회'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께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40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한유총은 이날 토론회에서 집단휴업 여부 등 향후 '행동계획'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토론회는 극도의 보안 속에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한유총은 토론회장 입구에서 신원을 확인해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만 입장시킬 정도로 조용하게 진행됐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를 통해 “일단 집단휴업은 안 한다”는 말도 들렸지만 정부와 사립유치원의 ‘강대강 대립구도’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유총이 토론회 끝에 집단휴업 등 '강경책'을 택하면 이번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쪽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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