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뉴스 = 장석진기자]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신속처리대상 안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330일 간의 대장정에 돌입하게 된 가운데, 신속처리대상이 아닌 ‘슬로우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에서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 '중재안'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전원 불참한 가운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유치원 3법'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두 번째로 추진되는 신속처리대상 안건이 됐다. 첫 번째 패스트트랙은 지난 2016년, 세월호 참사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었다.

패스트트랙 지정된 '유치원 3법'은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 180일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 등 330일의 심사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이 가능해진다. 이 기간 안에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즉각 처리도 가능하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유치원 3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우리 위원회에 180일이라는 시간이 새롭게 주어졌지만, 이 시간을 다 쓸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여야가 합의해서 (유치원 3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해주셔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의 최대 쟁점이었던 사립유치원의 교비회계를 일원화하는 문제와, 교비를 교육목적 외 사용 시 형사처벌 조항을 넣는 부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차가 여전히 커서 여야 합의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이 사실상 '슬로우트랙'이라는 비난 제기된다. 여기에 중재안에 포함된 형사처벌 1년 유예 조항까지 더하면,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사실상 2년에 가까운 시간적 여유를 준 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그나마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유치원 3법'을 가장 먼저 대표발의했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만약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이 안 됐다면 20대 국회와 함께 폐기처리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치원 3법'을 가장 먼저 내놓은 민주당은 이 기간 동안 중재안에 담긴 형사처벌 1년 유예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법 적용을 위해서다.

민주당이 형사처벌 1년 유예 조항 삭제 작업에 나설 경우, '유치원 3법'의 신속 처리를 위한 한국당과의 여야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 부칙조항 삭제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330일 뒤의 정국 상황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는 한국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이 '유치원 3법'에 찬성하고 있지만, 11개월 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각 정당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기간 동안 '유치원 3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지금처럼 유지시키는 것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안 신속처리를 위한 여론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치원 3법 처리에 부정적이었던 자유한국당 때문에 차선책으로 패스트트랙 카드를 꺼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심사 기간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계획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 교육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의 심사기간을 거쳐야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교육위에서 즉각 처리하면 이후 최장 150일 안에 처리할 수 있다고 계산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당이 해온 자세를 볼 때 순순히 교육위에서 즉각 유치원 3법 처리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또 330일 뒤면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이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압박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도 문제다. 최악의 경우 330일 뒤 여론이 잠잠해진 사이 이탈표가 나오면서 유치원 3법이 부결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유치원 3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한국당이 요구하는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와 연계하는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국정조사위원장인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유치원법 처리 없는 국정조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월 패스트트랙 제도를 비판하며 19세 이상 국민 50만명 이상 동의 시 패스트트랙 지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만들 유치원 3법 수정안도 관건이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만든 중재안의 핵심은 교비 회계 부정 사용 시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도입하되 1년 시행 유예를 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절차 1년에다 처벌까지 1년간 유예하면 사립유치원이 지금 회계 부정을 저질러도 2년 동안 처벌하지 못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패스트트랙 제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됐다. 정당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취지다.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상임위 법안소위, 상임위 전체회의, 법사위 심사를 모두 생략하고 바로 본회의로 직행하기 때문에 ‘빠른 경로’(패스트 트랙)라고 불리는 것이다.

다만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상임위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유치원3법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는 현재 재적 위원이 15명인데, 민주당(7명)과 바른미래당(2명)을 합하면 9명으로 3분의 2를 채우게 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법안심사 발목잡기, 정쟁으로 시간 끌기 등 한유총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침대축구’ 지연전술로 국회의 정상적인 법안심사 논의를 사실상 가로막아왔다”며, “자유한국당은 심지어 자신들이 낸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현상유지, 법안의 자동폐기를 원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사실상 <박용진3법>의 저지가 목표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아이들 앞에 어른의 도리를 망각한 ‘무도(無道)함의 성벽’을 쌓아갔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어 “패스트트랙 지정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이제 해야 할 일은 국회에서 법안 처리의 시간을 줄여 하루 빨리 유치원 정상화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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