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출처=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전국뉴스 = 이화진기자]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출장비 떠넘기기부터 채용청탁까지 과도한 '하청갑질'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회사측은 직원들의 '개인일탈'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30일 KBS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회사원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품질5스타 관련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품질5스타'란 현대자동차가 300곳이 넘는 협력사(부품업체)의 품질을 관리하는 제도다.

협력사를 관리하는 품질5스타 관련 현대차 직원의 권한이 과도해 협력사가 이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출장비 떠넘기기부터 채용청탁까지 폭로된 갑질은 다양했다.

같은 처지의 협력사 직원 등이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폭로 글이 사실이라는 내용과 갑질 폭로를 응원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KBS는 협력사 직원들을 취재해 현대차 품질 담당자들의 갑질 사례를 확인했다. 직접 들은 내용 역시 폭로 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 직원과 협력사 직원이 함께 가는 출장에서 비용은 대부분 협력사가 낸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현대차 직원은 식비, 숙박비는 물론 톨게이트비 영수증까지 챙겨가 본인 회사에서 비용 처리를 하려는 '알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협력사 직원들의 말이다.

현대차 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품질5스타제도는 협력사의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 제도"라며 "불공정행위나 개인의 일탈 행위가 드러날 경우 내부 규정에 의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제도에는 문제가 없는데, 이를 운용하는 직원들이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엄중하고 단호하게 이번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문제의 원인을 '일부 개인의 일탈'로 전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질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협력사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16일 올라온 폭로 글에는 "현대차는 품질5스타라는 제도로 사장도 임원도 아닌 한 명의 직원에게 회사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권한을 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런 과도한 권한 때문에 협력사 입장에서 현대차 담당자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협력사 직원들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품질문제 전산등록을 담당자가 임의로 늘리거나 줄여 품질5스타 점수와 등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그로 하여금 갑질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사이버감사실'과 '투명구매실천센터' 등을 통해 협력사 직원이 현대차 직원의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품질5스타 제도 관련 갑질 신고나 비리 신고가 접수된 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협력사 직원들이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는 갖춰져 있지만 이 창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BS는 "갑질에 대한 폭로 글에는 수백 건의 공감, 응원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서도 현대차 사이버감사실은 왜 단 한 건의 신고도 받지 못했는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품질5스타 담당 직원의 과도한 권한을 감시하지 못하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태도로 갑질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전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