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공동으로 부담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한다.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후 어떤 경위에선가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별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때 부부 일방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게 되는데, 어린 자녀를 두고 아내가 가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거할 때 아내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


별거 기간 아내가 자녀를 양육하는 상황에서 ‘별거하는 남편이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면서 자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와 ‘양육비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자녀를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두 사례의 남편을 같게 취급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의관념에 어긋난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위 두 사례에서 이혼할 때 가정법원에서는 어떻게 취급할까. ‘이혼’과 ‘과거의 양육비’ 문제로 나누어 보자.


첫째, 남편이 이혼을 청구한다면 가정법원에서는 어떻게 할까.


두 사례 모두 아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을 경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남편의 이혼청구’보다 ‘양육비를 지급하는 남편의 이혼청구’가 보다 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법원의 실무례를 보면, 비록 확립된 견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아버지로서 책임을 분담한 남편의 이혼청구에 대하여는 보다 적극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법은 ‘상식’이고 상식을 확인하는 것이 재판이라고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것이다.


둘째, 양육비 문제, 특히 ‘과거의 양육비’ 문제는 어떻게 될까.


법원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 그와 같은 일방에 의한 양육이 그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과거의 양육비를 분담하지 않은 경우 이혼시 과거에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별거를 하더라도 양육비는 지급해야 한다.


별거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혼할 때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거시 양육비를 분담한 남편에게 이혼에 즈음하여 다시 과거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별거시 양육비를 분담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통범칙금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자동차 운전 중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범칙금이 부과된 경우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다가 차를 폐차할 때 한꺼번에 부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범칙금에 대하여 이자나 가산금이 없던 시절에는 범칙금을 늦게 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이혼이 증가하면서 양육비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새로 양육비 분담기준을 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www.familylaw.co.kr)는 “별거 기간 중 양육비를 분담한 남편에게 이혼할 때 다시 과거의 양육비를 부담하라는 가정법원의 판결례가 쌓이면 별거하는 남편이 자녀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으려 할 것인데, 이것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족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가정법원의 판결 때문에 별거 기간 자녀 양육비를 받지 못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