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건의 분진 발생 해결

한국산업기술대학교(총장 최준영)가 최근 정규 교육과정으로 시범 도입한 창의적 문제해결 이론인 ‘트리즈(TRIZ)’의 교육성과에 한껏 고무돼 있다.

산업체 재직자를 위한 학부과정 특별반과 대학원 과정을 대상으로 트리즈 강좌를 도입한 이래 이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 자신의 사업현장에서 트리즈 기법을 적용해 잇단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지난 2007년부터 트리즈의 산업현장 적용 사례 및 사업화 가능성 등을 살피기 위해 산업체 재직자들이 다니는 특별반 위주로 ‘창의적 설계’라는 명칭의 3학점짜리 전공과목을 시범 개설해 트리즈 교육을 실시해왔다.

트리즈는 옛 소련의 겐리히 알츠슐러가 창시자로, 1946년부터 17년 동안 특허 20만 건을 분석한 뒤 세상의 모든 문제가 40가지 공식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발견해 트리즈 이론을 집대성했다. ‘창의적 문제해결 이론’으로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h Zadach’의 약자다. 일반적으로 트리즈 기법은 산업현장에서 어떤 문제와 마주했을 때 기술적 모순과 물리적 모순으로 문제 요인을 나눠 해결책을 찾는 방법으로, 기술적 모순의 경우 대개 40가지 발명원리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이다.

# 사례 1(에어건의 분진 발생 해결)

산업기술대학원 석사과정(3학기)에 재학 중인 정석민 씨는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에어건(Air Gun: 공기 분사식 이물질 제거 기구)의 고질적인 분진 발생 문제를 트리즈 기법으로 해결, 특허출원은 물론 올해 양산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에어건을 사용해 장비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문제를 트리즈 기법의 ‘물리적 모순 분석’과 ‘분리의 원리’ 적용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은 뒤 노즐의 공기 유동 가속을 조절, 바람의 흡·배기를 한 개의 압축 컴프레서에 연결된 노즐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정 씨는 “에어건은 카센터, 산업현장에서 장비의 이물질 제거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강한 바람이 오히려 기름 입자 등을 확산시켜 작업자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기술적 모순 해결에 주력했다”며 “분진 등을 제거할 때는 배기를, 없앨 때는 반대로 흡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물리적 모순을 해소하는 ‘개념 아이디어’를 트리즈를 통해 얻어내 해결책을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례 2(암사정수장 세척용수 ‘1000톤 → 50톤’ 절감)

트리즈로 도출된 학부생의 아이디어가 서울시 암사정수장의 세척용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절감, 2009년 서울시 창의시정 우수사례로 선정된 성과도 눈에 띈다.

김용훈(기계설계공학과 산업체 위탁반 4年)씨는 수업을 통해 배운 트리즈 기법을 활용, 정수장에서 오염물질을 걸러 내는 여과포 세척용수를 기존 대비 1/20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창안했다.

김 씨는 정수장에서 여과포 세척에 무려 100개의 고정된 물 분사 노즐이 장착된 세척기를 사용하면서 하루에 1000톤가량의 물을 소모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뒤 트리즈 기법으로 모순을 분석, 트리즈의 ‘동적인 구조 (Dynamics)’를 통해 물 소모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움직이는 노즐’을 생각해냈다.

즉, 물을 분사하는 노즐을 100개에서 1개로 줄여 물 소모량을 크게 줄이는 대신 노즐을 움직이게 하면 물줄기를 사방으로 강하게 흩뿌려줘 기존의 세척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 움직이는 노즐을 장착한 세척 시스템을 최근 서울시 암사정수장에 시범 설치해 가동한 결과, 기존에 사용하던 세척용수의 20분의 1에 불과한 50톤의 적은 양으로도 뛰어난 세척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나 트리즈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한 사례로 꼽혔다.

# 사례 3(분진 걱정 없는 클린룸용 자동화 체인 개발)

시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한국산업기술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두진 한신체인 대표 역시 학교에서 배운 트리즈 기법을 자신의 사업장에 적용해 연 50억 원 가량의 신규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로보체인을 전문적으로 개발, 제조하는 김 대표는 트리즈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어 클린룸에서 분진과 소음 걱정 없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체인 구조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김 대표가 개발한 체인 구조는 분진이나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클린룸 내부의 자동화시스템에서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그동안 산업현장의 자동화 시스템에 사용되는 체인 구조는 장시간 사용 시 블록 간 마모가 심해져 분진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클린룸과 같은 청정공간 내부에서 장시간 체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진을 수시로 청소하거나 체인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김 대표는 “트리즈 기법으로 기존 체인 구조의 기능 분석을 통해 블록 간 연결 구동 기능을 대신할 요소를 찾는 데 주력했다”며 “결국 블록 속 마디의 연결기능을 낚싯줄과 같은 긴 줄로 대체해 블록 간 동력전달 시 발생하는 소음과 마모에 따른 분진 발생 요소를 차단한 획기적인 체인 구조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최근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트리즈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번 성과를 분석해 트리즈 마스터급의 핵심 전문가들과 연계하여 트리즈를 일반 학부과정으로 전면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산업기술대가 이와 같은 트리즈 교육의 성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기업들이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트리즈적 사고’가 학생들의 창의력 제고는 물론 최근 각광받는 ‘1인 창조기업’의 창업 유도에도 도움이 되는 등 심화되고 있는 취업난 극복의 대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