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산업체 재직자 특별전형 첫 입학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학년도 대입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산업체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올해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신산업융합학과에 입학한 첫 직장인 신입생 60명이 4일 대학생활 오리엔테이션(OT)과 입학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 건국대는 신산업융합학과를 신설, 전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3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전문계 고졸 산업체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수능 없이 근무경력과 학업계획서 등을 평가해 6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재직경험, 고교생활기록부 등을 반영해 입학사정관제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했으며 선발학생의 전문가로서의 성장목표, 끊임없는 자기계발 의지, 그리고 직장에서의 근무실적 등을 합격결정의 주요한 기준으로 적용했다.

전문계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한 산업체 재직자 신입생 60명은 본부대학 소속 자율전공학부 신산업융합인재양성과정의 첫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첫 모집에서는 60명 정원에 111명이 지원, 1.8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이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취업 후에 새로운 교육기회를 맞아 그동안 꿈꾸어 왔던 제2의 커리어 개발을 할 수 있다는 데 크게 만족하고 있다.

건국대는 이들 학생들의 학업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였고 일부 대학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한 멘토링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수업진행은 야간, 주말과정 및 온라인 학습 등을 병행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30년 만에 다시 이룬 캠퍼스의 꿈, ‘대학생 소장님’ 파이팅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 꿈을 접은지 30년. 남들 보다 30년 늦게 캠퍼스 새내기가 된 이태경(50, D엔지니어링 건축사업본부장)씨에게 올 봄은 유난히 화사하다. 다시 이룬 ‘대학생의 꿈’은 쉰 이라는 나이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4일 오후 6시15분 건국대 법과대학 204호에서 열린 설래는 첫 강의. 강의 내용 하나라도 놓칠 새라 꼼꼼히 받아 적는 그의 눈빛엔 진지함이 가득하다.

이씨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신설한 전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3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수능 성적 없이 근무경력과 학업계획서 등을 평가해 선발하는 전문계고졸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건국대에 합격해 마치 스무살 젊은이들처럼 캠퍼스에 첫 발을 디뎠다.

198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대학에 합격하고도 돈이 없어 자퇴했다. 6·25 때 피란을 온 아버지 밑에서 자란 이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취업을 하고자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 간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이씨는 1983년에 전역을 하고 곧바로 D엔지니어링에 입사해 각종 공장 건설 현장소장을 도맡았다. 가난 때문에 접어야 했던 대학생의 꿈은 50세 ‘토목의 달인’에게 늘 아쉬움이었다. 학벌보다는 기술이라지만 똑똑한 젊은 신입사원들이 들어올 때마다 주눅이 들기도 했다.

평생을 직장인으로 살아왔던 이씨는 이번 전문계 고졸 재직자 특별 전형으로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던 소망을 드디어 이루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학벌 때문에 떳떳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는 이씨는 “가족들에게 늦은 나이에도 공부할 수 있다는 열정을 보여주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씨는 “대학 생활 선배인 아들·딸을 과외 선생으로 생각하고 배우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씨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대학생 아들인 경민(20·동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다시 젊어져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경민씨가 2009년 반수(대학 입학 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뒤 수능을 다시 보는 것)를 하면서 원서를 쓰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건국대에서 수능 성적 없이도 신입생을 뽑는다는 정보를 접했고 이씨에게 응시해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을 했다. 지난해 12월, 공부에 미련이 많았던 이씨는 고민 끝에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고 원서를 썼다.

남편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랐다는 아내 홍미라(47)씨는 “남편은 정말 성실하게 살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이제 그 아쉬움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며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해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왕진 교수(언론홍보대학원장)는 다소 경직되어 있는 새내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환호와 박수를 2~3차례 유도하며 “여러분은 이제 대학생이다. 나이도 직장도 모두 잊고 대학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내에서는 여러분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과 직장 생활하다 보면 피곤하니까 적당히 공부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여러분의 노력으로 그러한 편견을 깨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건국대는 본부대학 신산업융합인재양성과정에 신산업융합학과를 신설, 전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수능 성적없이 근무경력과 학업계획서 등을 평가해 60명의 첫 신입생을 뽑았다.

‘전문계 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은 건국대가 경제 사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근로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올해 입시부터 정원 외로 신설했다. 이 특별전형 신설로 인해 전문계 고졸 직장인 60명이 적게는 3년 많게는 34년 만에 대학 합격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최연소 합격생 정미경(21)씨는 “회계·마케팅 등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학벌 때문에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이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29년 만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신재균(48)씨는 “젊은 친구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어 기대가 된다. 열심히 공부하고 동기들과 잘 어울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