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수 위원장, '생산관리에서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

▲ 전철수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
[전국뉴스 임병동 기자]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극복해야

1908년 우리나라에 상수도가 들어와 서울 시민들이 집안에서 편리하게 수도꼭지를 통해 수돗물을 마시고 사용하는 시대가 열린지 100년이 넘었다. 한 때 언제나 맑은 수돗물을 풍요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자랑이고 혜택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서울시 상수도는 깨끗한 물로 시민들의 삶을 건강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생수, 정수기 등 먹는 물의 종류가 다양해 졌지만, 가장 친환경적이고 안전이 검증된 물은 바로 수돗물이다. 그 만큼 수돗물은 우리 시민들께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최근 발간된 '수돗물의 경제적 가치 재고찰 필요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1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1일 평균 물 음용량은 약 0.6L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 72L 정도의 물을 마시게 되고 100% 수돗물만을 음용한다면 지출은 월 32.2원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정수기를 이용할 경우 월 평균 21,881원, 먹는 샘물은 11,825원으로 각각 수돗물 비용의 680배, 367배에 달하는 비용을 더 지출해야 한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수돗물 2L(1일 물 섭취 권장량) 당 발생하는 탄소발생량은 0.338g CO2지만, 생수는 238~258g CO2, 정수기물은 501~718g CO2(수돗물의 1,500~2,100배)를 발생시킨다.

또한, 건강적 측면에서도 최근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수돗물의 미네랄 함량은 45㎎/L 수준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유명 생수 보다 함량이 더 높아 몸에 좋은 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수돗물이 가지는 경제적·환경적·건강적 측면에서 가치는 생수나 정수기물에 비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대방 배수지 현장 점검

수돗물 불신의 시작 

그러나 수돗물의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을 마시는 국민들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환경부에서 실시한 ‘수돗물 만족도 조사(’13년)’ 결과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률은 55.2%로 영국 90%, 미국 82%, 일본 7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특히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비율은 5.3%에 지나지 않았으며, 응답자 중 88.3%는 “전혀 그대로 마시지 않는다”고 응답하여 최근 수돗물의 질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바꾸는 일을 쉽지 않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미 고착되어 있는 생각이나 인식을 바꾸는 일은 그 사람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삶 자체를 바꾸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 공급의 양적 확대기였던 1990년 이전 수돗물에 대한 홍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졌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고 별다른 홍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당시 중요한 목표는 당장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하여 시민들에게 단수 없이 제대로 공급하는 일이었는데, 이는 이때 까지만 해도 수돗물 이외의 대안으로 정수기나 생수 등이 거론되지 않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나빠졌으며,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단초가 되었다. 이후 상수원 관리와 정수처리 공정이 한층 강화되어 질적 발전을 이루게 되었지만,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으로 생겨난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고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이 불거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하락하게 되었다.

이렇듯 크고 작은 수돗물 수질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시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그 틈을 비집고 정수기와 생수업체가 “전기분해 실험”, “TDS측정기 실험”, “잔류염소 확인 실험” 등의 편파적인 왜곡된 실험을 통해 마치 수돗물에 오염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마시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허위 과장하는 마케팅이 펼쳐졌으나 이러한 업체의 영업 전략에 안이하게 대처함에 따라 오늘날과 같이 물을 사먹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결과 수돗물 불신이 미치는 경제적 손실은 매년 정수기를 이용한 정수과정에서 110억원 정도의 수돗물이 버려지고 있으며, 생수 구입비로 8,400억원이 지출되고 정수기 구매·랜탈 비용에 지출하는 돈도 1조 4,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영등포 아리수정수장 현장 점검

수돗물 불신의 고착

  2012년까지 수돗물 음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막연한 불안감”이 설문 항목에 포함되었으며, 설문결과 그 비율이 매년 30% 이상으로 수돗물 비음용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제시되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고정관념이나 막연한 편견으로 유도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설문 항목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제외하고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돗물을 식수로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어서”가 30.8%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아서” 28.1%, “이물질 및 냄새 때문에” 24.0%, “부정적 언론보도” 6.7%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 의해 심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급수계통의 문제, 원수 수질의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수준으로 수질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4년 현재는 163개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시행하여 그 기준을 만족하고 있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1984년 이후 노후 배관망 정비(’14년 기준 2조 9,530억원), 노후 옥내배관 개량(’07~’18년), 소형 물탱크 철거 그리고 배수지 내부 방수·방식 등 수돗물 공급계통에 대한 정비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특히, 2007년부터는 아리수정수센터에 오존-활성탄공정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여 금년 상반기에는 6개 아리수정수센터에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이 완료되어 모든 시민들은 고도처리된 수돗물을 마실 수 있게 된다.

이렇듯 고도정수처리공정 도입으로 세계적인 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고 지속적인 공급계통에 대한 정비를 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에 대한 시민 인식과 음용률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재난 대응 및 수돗물 홍보용으로 병물 아리수를 생산하고 있다. 병물 아리수는 각 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과 동일한 원수와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단지 수도관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병물 아리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며,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와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서도 물 맛은 생수에 뒤지지 않고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봤을 때,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을 음용하지 않는 이유는 수돗물에 대한 편견과 더불어 공급계통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영등포 아리수정수장 현장 방문

수돗물 불신의 극복

전철수 서울시의회 환수위원장은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상수원 관리, 원수 중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정수처리기술, 생산된 수돗물을 가정까지 수질저하 없이 공급할 있는 급수계통의 정비 그리고 효과적인 홍보전략이 필수적일 것이다.

일단 원수 중 맛·냄새물질, 미량오염물질 등 기존 정수처리공정으로 제거가 어려운 물질들을 제거할 수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이 금년에 마무리됨에 따라 생산되는 수돗물의 질적 문제는 해소되어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문제는 급수계통에 대해 지속적인 정비를 해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로 인한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인식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철수 환수위원장은 “이는 송배수관 등 상수도관에 대한 지속적인 정비로 95% 이상 정비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미정비된 노후 수도관 존재에 의해 그동안의 정비효과는 상쇄되고 있으며, 특히 사적 관리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노후 옥내배관에 의한 녹물  발생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라며 “따라서 송배수관 등 노후 상수도관 정비 일정을 앞당기고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노후 옥내배관 개량 등의 사업이 더욱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 대상과 지원비용의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는 수돗물에 대한 정책이 생산관리에서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고 강조했다.
 
또 전철수 위원장은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생산 및 공급과정에서 불신의 원인을 해소함과 동시에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며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 홍보에 매년 수 십 억원을 지출하고 있으나 비용 대비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시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홍보전략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 암사 아리수정수장 준공식

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방식의 홍보전략이 필요

이어 전 위원장은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보여 주기식의 홍보방식에서 탈피하여 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수돗물에 대한 실상을 바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홍보전략이 필요한 것이다”라며 “정수기와 생수업체의 잘못된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 대응하여 정수기물이나 생수의 비해 수돗물의 우수성과 안전성, 친환경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전철수 환수위원장은 “열린 행정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학교 아리수 음수대 설치, 아리수 품질확인제 추진, 수돗물 시민평가단 운영 등은 시민 속으로 찾아가서 수돗물에 대한 정보와 실상을 전달하고 체감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실적 위주의 보여 주기식의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 음수대를 몇 대 설치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수대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학생들이 이용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라며 “수돗물의 생산·공급 단계별 수도시설을 정비하여 깨끗하게 생산된 수돗물이 수질저하 없이 각 가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시민들과 소통함으로써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차츰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고 희망찬 청사진을 펼쳤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아리수가 머지않아 누구나 거부감 없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로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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