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줄탁 / 도종환



      모과나무 꽃순이 나무 껍질을 열고 나오려고 속에서 입술을

  옴질옴질 거리는 걸 바라보다 봄이 따뜻한 부리로 톡톡 쪼며

  지나간다

    봄의 줄탁

    금이 간 봉오리마다 좁쌀알만한 몸을 내미는 꽃들 앵두나무

  자두나무 산벚나무 꽃들 몸을 비틀며 알에서 깨어나 오는 걸

  바라본다

    내일은 부활절



    시골 교회 낡은 자주색 지붕 위에 세워진 십자가에 저녁 햇살

  이 몸을 풀고 앉아 하루종일 자기가 일한 것을 내려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