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뉴스]

낫자루 삽자루를 하도 많이 잡아서 

손가락이 대나무 갈퀴처럼 휘었다고

가끔 두 손을 보여주며

웃으시던 주름진 얼굴

 

대흉년 을축년 봄에는

싸리나무 울타리에 남빛 칡꽃 피워 올린

칡넝쿨을 걷어다 먹고

뒷산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다 먹으며

이어온 모진 목숨

 

고창 흉덕 장터에 가마니를 내다 팔고

팥죽 한 그릇 사먹지 않고 오다가

길섶 눈밭에 기진하여 혼자 쓰러져

장에 갔다 오던 동네 사람들이 보고

등에 업어 왔다

 

6.25 동란때,밤손님 낮손님 험악한 살얼음판에서도

등허리에 뿔 두 개가 난

지게 진 사람 만이 용케 살아 남았다며

나락등짐 보리등짐에 무명옷이 땀에 절어 헤어져도

보리 알갱이를 위하여 속이 비어가는

유월 누런 보릿대 같은 농부

 

동지 섣달 긴긴 겨울밤

부엉이 울음소리 멀어질 때 까지

등잔불 심지 돋우며

새끼 꼬고 가마니 짜시다가

꼭두 새벽 일어나

쇠죽을 쑤어 소를 먹인다

 

평생 자식처럼 보살핀

벼들이 길을 열고 푸른 노래 부르는

칠월 들녘을 꽃상여로 서럽게 건너

논 가운데 황토빛 흙 속에

고단한 숨을 묻으신 우리 아버지

[백두산 문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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