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뉴스 = 이현근기자]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커버 속 스펀지에서 기준치 이상의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안전점검을 추진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라돈침대에서 시작된 불신의 여파가 가전제품 및 유통업계 전방위로 확산되며, 일부 시민 단체는 수 십 만개에 이르는 음이온 제품의 전수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따르면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 모델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으로 확인돼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원안위는 1차 조사결과 대진침대 뉴웨스턴슬리퍼 모델 등에 대해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으로 인한 연간 피폭선량을 평가한 결과,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서 정한 기준치(연간 1mSv·밀리시버트 초과 금지) 이하인 0.5mSv에 그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최근 “1차 조사는 매트리스 스펀지 없이 속커버에 대해서만 우선 조사한 것”이라며, 1차 조사와 다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같은 모델의 연간 피폭선량이 1.94mSv로 기준치를 넘어선다며 “스펀지를 조사해 보니 기준치를 초과했고 결국 리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라돈 성분이 검출 돼 회수되는 제품은 2010년 이후 생산된 뉴웨스턴슬리퍼과 그린헬스2·네오그린헬스·모젤·벨라루체·웨스턴슬리퍼·네오그린슬리퍼 등 7종이다.

원안위는 “대진침대 조사가 끝나면 모나자이트의 유통 상황을 파악해 이 물질을 사용한 생활밀착형 제품들을 조사한다”며, “생활방사선 안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건축자재 등은 관계부처와 협업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음이온 방출 제품의 성분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와 협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라돈침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라돈침대'의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닷새 만에 뒤집은 것과 관련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강조했다.

이 총리는 원안위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과 같은 거대 가치에만 치중하다 생활 속 원자력 안전 문제에는 서툴렀다고 지적하고, 원안위만으로는 현 상황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무조정실이 원안위와 환경부, 산자부와 식약처 등 관계부서와 함께 범정부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하고, 범정부적 대응을 당부했다.

◇시민단체, “18만개 음이온 제품 전수 조사해야”…유통업계 불신 확산

대진침대의 피폭선량이 기준치보다 최고 9.3배나 된다는 원안위의 발표가 나온 가운데, 시민단체가 18만개에 달하는 음이온 제품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며, 유통업계 제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라돈침대 사태는 대진침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활전반에 퍼져 있는 음이온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며 “음이온제품 18만개에 대한 전반적 실태조사와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18만개의 제품은 특허청에서 특허를 내준 팬티·생리대·소금·화장품·마스크·정수기 등 생활 밀착형 음이온 제품이다. 2014년 1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발표한 음이온 가공제품 대상 조사에서는 코 마스크, 모자, 베개 등에서 모나자이트와 토르마린 등이 원료물질로 사용돼 토륨과 우라늄 등 방사성물질 검출이 확인된 바 있다.

단체는 “생활제품에서 검출되는 방사선은 기준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방사성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매트리스나 속옷, 청정기 등을 모두 만들 수 있어 정부는 모나자이트와 같은 천연방사성핵종(70여가지)을 생활제품에 사용하는 금지대책 등 시민안전을 우선에 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범정부적 대책기구를 마련하여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비롯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건강피해조사 및 시민 안전가이드라인 제시 등 비상한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당장 시민사회, 민간 전문가 등을 포함하는 민관합동대책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라돈침대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성급한 중간발표로 혼란을 가중시킨 원안위도 문제지만 음이온 제품에 특허를 주고 친환경 마크를 달아준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환경부, 산업부 등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물론 식약처, 환경부 등도 천연방사성핵종을 이용한 음이온 제품을 건강기능성 제품으로 특허를 내줬다. 관련 부처들이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물론 피해자들에 대한 건강피해조사와 시민 안전가이드라인 제시 등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최근 ‘라돈 방사성 침대’ 문제와 관련, 원안위와 환경부, 산업부,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부처 정책 담당자와 대진침대 관계자가 참석 긴급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부처별 대응 현황과 향후 대책을 보고 받고 피해 해결과 방사성물질 안전 관리 방안 등을 모색했다.

한편 원안위는 최근 “음이온침대와 관련 대진침대와 같이 음이온제품으로 광고하는 침대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모나자이트 성분 ‘건강 침대’ 2007년 적발…정부 대처 미흡 ‘뭇매’

최근 유통업계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 함유된 모나자이트는 2007년 시중에서 판매된 모 회사의 이른바 '건강 침대'가 방사능 유출 문제로 당국에 적발되면서 처음으로 문제가 됐으나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매일 6시간 이상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연간 방사능 피폭선량이 일반인 허용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보다 최대 9%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건강 침대’로 불리던 해당 침대는 당시는 규제 대상이 아니던 모나자이트를 원료로 사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해 소비재 제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온열 매트·건강 팔찌 등 일부 음이온 건강보조제품에서 최대 26Bq/g의 '방사성 토륨'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당시 사태를 계기로 자연방사능 방출 특성을 가진 희토류 광물질의 유통과 사용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시행하고, 자연 방사성 물질에 대한 규제기준 등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의 방사능 검출량을 규제하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은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터진 후인 2012년에야 시행됐다.

이 법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천연방사성핵종이 포함된 원료물질 또는 공정부산물의 종류, 수량 등과 취득·판매 등 유통현황을 보고받고 관리해야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감독 기관으로 2007년 모나자이트가 침대에 사용돼 적발됐다는 사실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제도적인 대책을 꼼꼼히 챙겼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구는 출시 전 안전기준을 지켰는지 검증하는 KC 인증을 받아야 하며, 대진침대도 KC인증을 받았지만, KC인증 검사에는 라돈 방출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침대 매트리스를 외주 제작을 통해 생산, 판매하는 유명 가구업체 일부도 음이온이 나오는 침대를 신개념 원단으로 홍보해 판매한 바 있어 추가 조사 여부가 주목된다.

아울러 대진침대를 사용한 후 질병을 얻거나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는 1천600명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이번 라돈 침대 사태는 매우 유사하다”며 “우리가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지만, 큰 사태로 번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현안 점검회의를 계기로 범정부적인 종합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며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들도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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