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는 허수아비인가

위조된 수소제거기 장착한 한울(울진)원전 5호기 재가동 승인 역시 위법

민주당 최재천,전순옥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0일 한빛(영광)원전 3호기의 재가동 승인에 이어 지난 15일은 한울(울진)원전 5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이 역시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규정되어 있는 ‘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재가동 승인한 것으로 위법한 결정이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을 6개월이나 지나서야 공개하고 핵심 논의 내용이 들어있는 속기록은 10년 동안이나 비공개하도록 운영규칙 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폐쇄적인 운영에 한 몫을 해 왔다.

한울원전 5호기는 새한티이피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수소제거기를 장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수소제거기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안전점검 결과 새로이 적용한 안전장치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원전 폭발 사고가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자력안전당국과 한수원을 비롯한 원자력산업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비였다. 그런데, 이런 안전장치의 위조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가동에 직접 연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의․의결 절차 없이 재가동 승인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안전을 도외시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전 안전을 주장할 때는 필수적이던 안전장치가 재가동을 위해서는 필요 없는 부속물로 전락되었다. 상황마다 뒤바뀌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안전기준을 믿어야 하는 국민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안전장치 없이 가동되는 원전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답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재가동 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삼은 것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임전결규정’에 해당되는 전결사항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원전마다 2~3인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파견 나가 있는 주재관에게 정기점검 이후 재가동이나 고장사고 등에 의한 불시정지 후 재가동 하는데 승인 권한을 준 것이다. 원전이 안전하게 점검되었는지 고장 수리는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승인하는 권한을 현장의 담당에게 권한을 준 규정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원회 역할을 망각하고 원전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문제는 작년 국정감사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 국정감사에서 이미 유은혜 의원이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원전 재가동 승인의 위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조항으로 여전히 악용되고 있다.

이런 위법적인 관행은 원전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원자력규제당국의 편의 봐주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제대로 되지 않은 재가동 승인 남발로 인해 고장사고로 가동 중단되었다가 재가동하면서 다시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일들이 계속 발생해왔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10월 2일 신고리 원전 1호기와 한빛(영광)원전 5호기가 고장사고로 가동이 중단되었는데 열흘 만에 재가동을 시작하자마자 또다시 문제가 발생해서 가동을 중단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성 물질과 원전 안전에 관련한 논의 내용을 기록하는 속기록을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제12조 제3항의 ‘기산일부터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항목을 들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회 회의록은 개최한 시일인 지난 2012년 12월 31일에서 6개월 이상이 지난 6월 10일에야 공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실질적인 원자력안전의 마지막 교두보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위원들을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스스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핵심 조항들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사고해야 한다. 전력수급 핑계로 관련법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다가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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