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요계는 신구가 조화를 이루며 윤기를 더했다. 소외됐던 힙합이 부상했으나 동시에 상대를 비난하는 '디스전'으로 위상을 스스로 깎았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음원 사재기와 유독 잦았던 표절 시비로 분란을 겪기도 했다.

◇조용필을 필두, 중견가수들 활약

'가왕' 조용필의 귀환은 올해 가요계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10년만에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타이틀곡 '헬로'와 '바운스'가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앨범 판매량도 25만장에 달했다. 인기에 힘 입어 15년 만에 일본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오토튠 사용, 일렉트로닉 사운드 접목, 래퍼와의 피처링 등 조용필의 변화에 자극받은 이승철, 신승훈, 이문세 등 중견 가수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가요계를 달궜다.

록밴드 '들국화'는 27년 만에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의 원년멤버로 녹음한 새 앨범 '들국화'를 발표하며 주목 받았다. 주찬권이 이 앨범의 마무리 작업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별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성 중견들의 컴백도 잇따랐다. '빙글빙글' '슬픈 인연' 등으로 1980~90년대를 주름 잡은 가수 나미는 17년 만에 컴백, 유럽식 EDM(Electronic Dance Music) 장르의 신곡 '보여(Voyeur)'를 발표했다.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은 11년 만에 새 앨범 '수니7'을 내놓았다. 1970년대 섹시디바 김추자는 연말 컴백설이 무성했으나 결국 또 새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다. 반면 '전설의 디바' 패티김은 지난 10월 은퇴 콘서트 '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를 열고 55년 간 가수의 삶을 접었다.

◇히트곡 리메이크 열풍

아이돌그룹의 댄스·힙합 음악이 주축을 이룬 작금의 대중 음악 신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리메이크 열풍도 꾸준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와 함께 OST에 수록된 리메이크곡 '서울 이곳은'(로이킴) '너에게'(성시경) '행복한 나를'(김예림)들이 주목받았다. 이 곡들은 장철웅, '서태지와 아이들', '에코'의 노래다.

 

유명 가수와 그 가수 모창에 능한 이들이 함께 꾸미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히든싱어', 노래방 프로그램을 정교화해 원곡과 흡사하게 부르기를 대결하는 케이블채널 tvN의 '퍼펙트싱어'에서 소개된 기발표 곡들도 인기를 끌었다.

◇한류스타들, 건재 과시

한류스타들은 작년에 이어 건재를 과시했다. 월드스타 싸이(36)는 '강남스타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이 곡은 빌보드닷컴이 13일 발표한 '2013 결산 차트'의 '핫 100 송스' 부문에서 55위를 차지했다. 싸이는 앞서 오프라인 잡지 '빌보드' 12월호가 기획한 연말특집에서도 이 노래로 '댄스/일렉트로닉 스트리밍 송스', '랩 스트리밍 송스, '월드 디지털 송스' 등 3개 노래 부문에서 1위를 따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16일 현재 뮤직비디오 조회수 18억건을 훌쩍 넘기며 최다 조회수 기록을 경신 중이다. '강남스타일'의 후속곡 '젠틀맨' 뮤직비디오 역시 지난 13일 6억 건을 돌파했다. '강남스타일'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다.

'소녀시대' 역시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라는 사실을 입증해가고 있다. 올해 초 발표한 정규 4집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로 '제1회 유튜브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뮤직비디오'를 받았다. '아이 갓 어 보이'는 또 미국 시사주간 '타임' 선정 '2013 올해의 노래 톱10' 5위에도 랭크됐다. 아시아 가수로는 소녀시대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한류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역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확인 중이다. 미국 힙합계의 대모 미시 엘리엇이 참여한 '늴리리야'로 미국 음악잡지 '콤플렉스'가 뽑은 '2013년의 노래 50'에 들었다. 중국어권 최대 영상 포털사이트 '여우쿠 투도우 그룹'이 연 '제1회 투도우 영 초이스 뮤직어워즈'에서 '가장 환영받는 해외아티스트'상도 받았다. 캐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듀엣곡도 준비 중이다.

◇신인 그룹 '엑소'·'크레용팝' 돌풍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엑소'는 데뷔 2년 만에 톱 그룹 반열에 올랐다. 정규 1집이 리패키지 앨범까지 포함, 판매량 90만장을 넘기며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그룹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SM의 신인그룹이라는 후광만으로 이뤄내기 힘든 성과다. '으르렁'을 통해 보여준 화려한 군무, 열두 멤버들의 뚜렷한 개성 덕분이라는 평이다.

4번째 싱글 '빠빠빠'를 빅히트시킨 '크레용팝'도 주목 받았다. '직렬 5기통 엔진춤' 등 개성있는 안무와 키치한 연출이 돋보이는 크레용팝은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와 앨범 라이선스 및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고 세계 진출도 타진 중이다. 우익 성향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관련 의심과 이미지 표절 의혹 등이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다는 점이 흠이다.

◇힙합의 부상, 여성 싱어송라이터 약진

힙합이 올해만큼 주목 받은 해도 없었다. 상반기에는 힙합듀오 '긱스'와 '배치기' 하반기에는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 산이 등이 음원차트를 장악했다. 버벌진트는 조용필의 '헬로'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방탄소년단과 '비에이피(B.A.P)' 등 힙합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그룹도 주목 받았다. 소울다이브, 매드클라운, 스윙스 등 힙합신의 스타들을 배출한 엠넷 '쇼미더머니2'도 관심을 끌었다. '원힙합페스티벌' 'K힙합 네이션' 등 힙합페스티벌도 풍년이었다. 미국 힙합 스타 스눕독이 첫 내한하기도 했다.

그러나 힙합듀오 '슈프림팀' 출신 래퍼 이센스가 자신이 몸담았던 아메바컬쳐를 '디스'하면서 촉발된 '디스 대란'이 스윙스, 슈프림팀 멤버 사이먼디, 아메바컬쳐의 대표인 다이나믹듀오 멤버 개코까지 참여한 폭로전으로 번지면서 힙합신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재즈보컬 나윤선은 지난 3월 8집 '렌토' 발매 이후 17개국에서 100회 이상 공연했다. 국립극장 개관 이래 최초의 재즈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인디 신에서 주목 받던 정란이 정규 1집, YG 가수들의 작곡가로도 유명한 선우정아가 솔로 앨범을 냈다. '홍대 여신'의 원조로 통하는 이아립과 이 계보를 잇는 요조와 한희정, 타루가 새 앨범을 내놓았다. 인디신에서 주목 받던 프롬도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최고은, 박새별, 나희경, 희영 등 각자 영역을 구축한 뮤지션들의 새 앨범도 반가웠다. 지난 6월에는 리사 오노, 렌카, 이효리, 한희정, 요조 등 여성 뮤지션들만 출연한 음악 축제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록 페스티벌, 전성기? 난무?

7월과 8월, 두 달 동안에만 록페스티벌이 5개나 펼쳐졌다.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지산월드 록 페스티벌' '슈퍼소닉' '현대카드 슈퍼콘서트19'가 경합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19 시티브레이크는 올해 처음이었으나 가장 좋은 평을 얻었다. 그러나 '뮤즈'와 '메탈리카'를 끌어오면서 이들의 개런티를 배 이상 책정, 내한하는 해외 팀의 몸값을 높인 주범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국내 음악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너무 페스티벌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각 페스티벌이 출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이에 따라 5개 어느 곳도 결국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경기 이천 지산리조트에서 록페스티벌을 진행한 CJ E&M이 지산리조트 등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가요계 먹구름, 표절과 음원사재기

가요계에 먹구름도 드리워졌다. 특히 잇따른 표절 의혹으로 위축됐다. 여러 곡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절 시비에 휩싸인 것은 이례적이었다.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힙합 프로듀서 프라이머리다. MBC TV '무한도전'의 인기 시즌제 코너인 '자유로 가요제'를 통해 공개한 '아이 갓 시(I Got C)'가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Liquid Lunch)'를 표절했다는 의심을 샀다. 결국 이 곡의 음원 판매는 중단됐다. 가수 김현식의 유작 앨범 '김현식 2013년 10월' 수록곡 '나루터에 비 내리면'은 미국 록그룹 '브레드'의 '오브리(Aubrey)'를 표절한 사실이 확인됐다. 엠넷 '슈퍼스타K 4' 우승자인 가수 로이킴과 작곡가 배영경씨가 공동작업한 '봄봄봄'은 1인밴드 어쿠스틱 레인의 '러브 이스 캐넌'(Love is Canon)과 흡사하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결론 없이 의혹만 제기되다 그쳤다.

공공연한 비밀인 '음원 사재기'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해이기도 했다. 3대 가요 기획사인 SM·YG·JYP 엔터테인먼트와 또 다른 가요 기획사 스타제국이 디지털음원 사용횟수 조작행위를 조사해달라며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음원 사재기는 부당하거나 음성적인 방법으로 음원을 구입하는 것이다. 음원차트에서 순위를 올리고, 이를 대대적으로 광고 또는 홍보해 대중의 이목을 끄는 수법이다. 올해 중반께에는 몇몇 팀이 속한 기획사가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결혼 풍년

어느 해보다 결혼한 뮤지션들이 많았다. 신비주의로 일관하던 서태지는 5월15일 탤런트 이은성과 결혼계획을 밝히고 석달 후인 8월21일 홈페이지에 "가족들끼리 결혼식 잘 올렸다"고 적었다. 탤런트 이지아와 1997년 결혼했다는 사실이 2011년 이혼 소식과 함께 드러났던 만큼 화제가 됐다.

2011년 8월부터 공개연애를 즐긴 가수 이효리와 밴드 '롤러코스터'의 베이시스트 이상순은 지난 9월1일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또 다른 뮤지션 커플인 기타리스트 조정치와 R&B 가수 정인은 교제 11년 만에 부부가 됐다. 예식 대신 마포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것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JYP를 이끄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9세 연하와 지난 10월 재혼했다.

이밖에 음원과 저작권 생태계의 변화를 줄 변화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온라인 음악저작권 사용료 징수방식을 개선했다. 기존 스트리밍(음악감상) 서비스의 '가입자당' 저작권사용료 징수방식(무제한 정액제)을 '이용 횟수당' 징수방식(종량제)으로 전환했다. 모바일 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삼성 뮤직'을 개시했다. 모바일 기기로 음원을 소비하는 시대인만큼 과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가요산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음악 저작권 신탁관리업 신규허가 대상자로 대한음악저작인연합회(대표 백순진)를 선정했다. 그간 음악 저작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을 통한 독점 신탁관리체제가 유지돼왔다. 그러나 사용료 징수와 분배의 공정성 논란, 자의적인 조직 운영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 대한음악저작인연합회는 2014년 6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크고 작은 사건도 있었다. '조약돌'로 유명한 가수 겸 MC 박상규가 뇌졸중으로 별세했다. 가요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 변대윤(본명 변두섭) 예당엔터테인먼트 전 회장과 혼성그룹 '투투', 듀오 '듀크'의 리드보컬 김지훈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룹 'god ' 출신 가수 겸 탤런트 손호영은 자신의 차량에서 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충격을 받고 모든 활동을 접은 상태다. 에일리는 알몸 사진 유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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